삼성의 성장은 분명 반길 일이다. 그럼에도 ‘삼성공화국’이라는 냉소적인 말이 나오는 데는 까닭이 있다. 무엇보다 거대한 힘이 세습되는 총수를 정점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총수들은 비교적 잘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도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삼성이 총수 가문의 능력에 좌우된다는 것은, 곧 한국 경제의 앞날이 상당 부분 삼성 총수 가문에 달렸다는 얘기도 된다. 또 하나는 막강해진 영향력이다. 환경에 적응하는 보통 기업에서 벗어나 입법과 행정을 움직여 환경을 고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삼성으로 인해 제도나 기업환경이 왜곡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삼성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 해법이 될 수 없다. 길은 외부와 내부 두 갈래로 모색될 수 있을 것 같다. 외부에선 정부가 기업 투명성을 높이면서 삼성의 독주가 다른 기업의 성장을 막는 진입장벽이 되지 못하게 하고, 시민세력은 건전한 견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삼성도 공존하는 우리 기업이라는 신뢰를 주게끔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 특히 모든 부문에서 일등이어야 하고, 온통 총수를 위해 일하는 듯한 모습은 고쳐야 한다. 마침 삼성도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단순한 홍보 강화나 돈의 힘으로 여론의 입을 막으려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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