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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에 막힌 이 대통령의 ‘선 핵폐기론’ |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그제 베이징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북한 핵 문제와 동아시아공동체를 포함한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방문하고 돌아온 원자바오 총리가 전하는 북한의 메시지이고, 또 하나는 세 나라가 어느 수준에서 북핵 공조 방안을 마련하느냐는 것이었다.
먼저, 원 총리는 방북 기간에 김정일 위원장과 10시간 정도 같이 있으면서 북핵 문제를 중점 논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이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과도 관계를 적극 개선하려 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더 큰 정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전제가 됐을 때 북한이 원하는 협력을 할 수 있다며 ‘선 핵폐기론’의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하토야마 총리도 ‘각각의 접근 방식이 같지는 않지만’이라고 말해, 북핵 해법에 상당한 이견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이런 이견 탓인지, 세 나라는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아주 원칙적인 합의 말고는 구체적인 북핵 공조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을 뺀 5자 사이에 공감을 이뤘던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때까지 유엔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방침에 대한 확인조차 없었다. 특히 중국 쪽은 이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가 전날 합의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에 대해, 3국 정상회의와 한-중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공식 언급도 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원 총리는 중국의 대규모 대북 원조가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했다는 한국 정부 일각의 주장을 의식한 듯 “북한에 원조를 제공했고,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개선에 썼다. 안보리 결의안 정신과 일치한다”고 반박했다. 6자회담을 위해 한 일이라고도 했다.
일본과 연대를 통해 그랜드 바겐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끌어내려던 우리 정부로선 허탈하게 됐다. 현실적으로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중국의 지지 없이 우리의 안을 관철하긴 어렵다. 이제라도 정부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관련국이 두루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첫걸음은 선 핵폐기론에서 선 대화론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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