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0.11 20:30 수정 : 2009.10.11 20:30

한국방송(KBS)이 ‘스타 골든벨’의 진행자 김제동씨를 전격 교체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방송은 김씨의 마지막 녹화 사흘 전에야 교체 사실을 통보했다고 한다. 김씨 소속사 대표가 “녹화를 불과 며칠 앞두고 하차를 통보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한국방송의 이런 조처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런데 이 이례적인 조처에 대한 한국방송의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방송이 내세운 ‘너무 오래됐다’는 이유는 전격적인 교체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못 된다.

많은 네티즌들이 김씨의 정치·사회적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방송은 현 정권에서 임명한 이병순 사장 체제가 들어선 뒤 현 정권에 비판적인 연예인들을 하나씩 솎아냈다. 대표적인 사람이 가수 윤도현씨다.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에 참석해 정권의 눈 밖에 난 윤씨는 지난 4월 자신이 진행하던 ‘윤도현과 러브레터’에서 하차했다. 그의 8집 앨범 <공존> 발매를 앞두고는 예정됐던 한국방송 프로그램 출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김제동씨에 대한 조처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의심을 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김씨는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때 사회를 봤다. 쌍용자동차 사태와 관련해서는 “쌍용을 잊지 맙시다, 우리 모두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라고 언급했다. 최근 출범한 노무현재단 출범 기념 문화제에도 참석했다. 김씨가 노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맡았을 때부터 이미 많은 시민들은 오늘의 사태를 우려했다. 윤도현씨를 비롯해 정치·사회적 비판의식을 갖고 있는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이 현 정권 등장 이래 방송 현장에서 밀려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런 일을 스스로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하는 한국방송이 주도한다.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가 아니라 공적 대의를 추구하는 방송이다. 그런데 사회적 비판의식이 있다는 이유로 예능 프로그램의 사회자까지 내쫓는 방송을 어떻게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김제동을 강제하차시킨 것은 한국방송의 공영방송 포기 선언과 같다.

이 정권은 국민들의 비난을 받더라도 비판적 인사들을 내쫓고 방송을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우면 국민들의 비판의식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방송의 신뢰도 추락은 정권의 이런 인식이 착각임을 보여준다. 한국방송의 각성을 촉구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