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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2 21:00 수정 : 2009.10.12 21:00

어제 <조선일보>엔 고교별 수능 성적 상위 100곳의 명단이 서열순으로 실렸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받은 2200여개 고등학교의 지난해 수능 성적 자료를 분석해 학교별 서열을 매겨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교과부가 고교 서열화를 우려해 설정했던 마지막 금기가 깨졌다.

무엇보다 교과부와 조 의원, 그리고 조선일보가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 의원은 교과부에 연구 목적으로만 쓰겠다고 약속하고 이 자료를 받아선 조선일보에 넘겼다. 교과부는 이런 사태를 우려했다면서도 공개 의원의 양식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둘러댄다. 조선일보는 교과부가 코드로 표시한 학교명을 복원하는 정도의 ‘연구’를 한 결과를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대서특필했다. 이제 성적 공개로 파생되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이들 삼자가 져야 한다.

조선일보는 2009년 수능 세 영역 평균 합산 성적 상위 30개교 가운데 26개교가 특목고이고, 수능 1등급 학생 수가 많은 학교 역시 특목고와 비평준화 지역의 우수학교들이었다고 썼다. 시험을 통해 이미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확보한 학교가 좋은 성적을 낼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특목고나 자사고의 선발효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결과만으로 줄세우기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과열돼 문제가 되고 있는 특목고 입시를 부추기고, 평준화 제도를 뿌리부터 흔들려는 의도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되는 행태다. 보도를 접한 많은 이들이 조선일보가 외고 등 특목고 대비 모의고사 사업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을 연상하게 되는 까닭이다.

어쨌든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학교 간 격차의 심각성도 확인됐다. 그러나 그것은 평준화 탓이 아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경기도 내 9개 중소도시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업성취도를 분석해서 평준화 지역의 학업성취도 신장률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더 높고, 학생 간 편차도 더 작음을 밝혀냈다.(<한겨레> 10월7일치 참조) 그러므로 교육당국이 할 일은 평준화 해체가 아니라 낙후학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교육의 형평성을 제고함으로써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사교육의 진원지이자 학교 서열화, 고교 등급제 등 한국 교육 파행의 원천인 특목고부터 해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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