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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3 21:52 수정 : 2009.10.13 21:52

남북 당국이 이번주 잇따라 만난다. 남북은 14일과 16일, 개성에서 각각 임진강 수해 방지를 위한 실무회담과 적십자 실무접촉을 열기로 합의했다. 적십자회담을 제외하고, 남북 당국자가 직접 만나는 것은 지난 7월 초 제3차 개성공단 실무회담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인도지원 등을 논의할 적십자 실무접촉도, 외양은 민간 회담이지만 사실상 당국간 접촉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북-미, 북-중 관계가 남북관계보다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서 나온 오랜만의 밝은 소식이다.

북쪽은 이번에 남쪽의 회담 제안을 날짜 변경 없이 즉각 받아들였다.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 특사 방문 이래, 한결같이 유지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쪽의 적극적인 의지를 다시금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지난 10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방북에서 얻은 가장 큰 느낌”이라며 전한 북쪽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도 아귀가 맞는다.

반면, 남쪽은 먼저 대화 제의를 하긴 했지만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다. 시기만 해도 그렇다. ‘임진강 참사’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남북회담의 필요성이 한창 제기됐을 때는 잠자코 있다가, 중국의 강력한 대북 대화 권유를 받고서야 마지못해 움직임에 나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화의 격과 수위도, 북한·미국·중국이 큰 틀에서 대화를 통한 북한 핵 문제의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데 견줘 너무 실무적이고 한가해 보인다.

임진강 실무회담과 적십자 실무접촉에서도 해야 할 일은 있다. 임진강 참사에 대한 책임을 따지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 또 적십자회담에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을 상시로 만날 수 있게 하고, 굶주림에 고통받는 북쪽 주민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북쪽도 요구만 하지 말고, 해명할 것을 해명하고 유감을 표시할 것은 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 그쳐선 안 된다. 남북관계가 정체해 있는 동안, 북한과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가 대북 제재에만 매달리는 사이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는 약해지고 있다. 큰 위기이다. 현실적으로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 우리가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연쇄 대화를 대북정책 대전환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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