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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관치경제의 상징 ‘미소재단’ |
정부가 오는 12월 설립을 추진중인 ‘미소금융재단’이 출범도 하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엊그제 국정감사에서는 미소재단 재원을 대기업에서 갹출하는 게 관치금융 아니냐는 비판에서부터 미소재단 직원들이 거액을 받는다는 질타 등이 쏟아졌다. 미소금융 비판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이다. 미소재단의 재원은 금융권 1조원(휴면예금 7000억원 포함), 대기업 1조원 등 2조원으로 돼 있다. 삼성·현대 등 6개 대기업은 어제 각각 500억~3000억원을 미소금융사업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해야 할 서민지원을 재정 한 푼 안 들이고 대기업과 금융권 돈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부금액 할당에 정부의 강제성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애초 7000억원(휴면예금)이던 재원을 2조원으로 확대함에 따라 예상되는 폐해도 심각하다. 금융권이나 대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거액을 미소재단에 기부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돈이 어디서 새로 나오는 게 아니다. 기존에 각종 사회공헌사업 등에 기부하던 돈의 일부를 이쪽으로 돌리게 될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던 민간부문의 서민소액대출사업 등이 설 자리를 잃고, 그 자리를 관제화한 ‘공룡 미소재단’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미소재단 조직이 거대화함으로써 그로 말미암은 운영비 과다지출과 비전문적 운영도 우려된다. 벌써 미소금융중앙재단 임직원의 1인당 평균 인건비가 연 7000여만원으로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에 설치하기로 한 20~30곳의 지점 선정도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전문성 없는 친정부 단체가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등의 지적은 앞으로 미소재단의 파행 운영을 예고한다.
이런 모든 문제는 미소재단의 재원을 2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소재단을 친서민 정책의 대표 상품으로 포장하고자 그 규모를 늘렸겠지만 서민소액대출사업을 정부가 이렇게 대규모로 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정부는 민간분야에서 다양한 서민소액대출사업이 이뤄지도록 그 기반을 조성하고,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감독·지도하는 데 그쳐야 한다. 애초 휴면예금 7000억원을 종잣돈으로 한 서민소액대출사업이 올바른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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