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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3 21:54 수정 : 2009.10.13 21:54

현 정부 들어 계속되는 과거로의 뒷걸음질이 드디어 ‘연좌제’ 논란까지 불러왔다. 검찰과 경찰이 지난해 촛불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집회와 관련이 없는 가족의 과거 기록까지 뒤져 법정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이 과거에 처벌받은 죄목은 다름 아닌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전력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면복권까지 된 과거 기록이 여전히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불온한 범죄행위로 취급받고 있는 현실이 놀랍다. 거기에다 이런 전력이 다른 가족의 기소 근거 자료로까지 활용되고 있다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검경이 이런 자료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 근거는 대통령훈령 제45호인 ‘공안사범 자료관리 규정’이다. 이 규정은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인 1981년에 충분한 법적 근거도 없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미 폐기됐어도 오래전에 폐기됐어야 마땅한 규정이 민주주의의 퇴행 속에서 다시 살아나 연좌제식 수사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관련 기관들은 어물쩍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다. 엊그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경찰은 법무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법무부는 경찰에 화살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국민의 정부 이후 공안사범 자료 관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임의로 이 자료를 사용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해 봐야 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반면에 강희락 경찰청장은 “그런 문서가 있다”며 “관리 주체는 법무부이고 경찰은 정보 입력만 한다”고 책임을 법무부에 떠넘겼다. 검찰과 경찰의 말이 제각각이니 무엇이 진실인지 알 길이 없다.

정부는 우선 왜 이런 자료가 법원에 제출됐는지부터 명확히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업무 담당자의 실수로 보인다”는 검경의 해명은 너무나 석연치 않다. 이번 기회에 ‘공안사범 리스트’가 어떻게 작성·관리되는지도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훈령에 나와 있는 대로 공안사범자료관리협의회가 구성돼 운영되고 있는지, 수사 과정에서 이 리스트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관리해온 자료의 폐기 문제를 비롯해 공안사범 리스트 문제를 이번 기회에 매듭지어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문제의 훈령을 폐기하는 일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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