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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대강사업 비판 광고 보류는 명백한 검열 |
이병순 한국방송(KBS) 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방송협회가 얼마 전 환경운동연합이 만든 4대강 사업 비판 라디오 광고에 대해 심의 보류 판정을 내렸다. 내용이 진실하지 않고 소비자를 오인할 수 있다는 게 이유라고 한다. 방송협회는 보류 판정이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광고 심의를 내세워 정부 비판을 차단한 데 불과하다는 점은, 심의 내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소송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방송협회는 “4대강 사업으로 댐을 스무 개나 짓는다”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정부의 사업 계획에는 ‘댐’이 없고 ‘보’가 있을 뿐이며, 댐이나 보 건설이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또 협회는 팔당에서 유기농을 하고 있는 농민이 “4대강 사업으로 유기농 단지를 없애고 위락시설 짓는다는 것이 강 살리기냐”고 지적하는 내용에 대해서 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쪽은 “높이 6m가 넘는 시설이 댐이 아니라는 게 도리어 거짓말이며, 이 농민이 사는 지역은 90%에 가까운 땅이 사라지고 보트 시설이나 공연장이 들어설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두 쪽의 주장을 보면 방송협회가 꼬투리를 잡고 있음이 명백하다. ‘댐’이냐 ‘보’냐는 단순 말장난에 불과하고, 물이 막히면 썩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댐 건설이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얼마든지 있다. 상수원 보호를 위해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다는 농민의 발언을 꼬치꼬치 따지는 꼴은 우습다 못해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환경단체의 광고는 이렇게 세밀하게 따지는 협회가 4대강 사업을 장밋빛으로 그리는 정부의 광고는 왜 보고만 있는가? 또 지금 텔레비전과 라디오에 넘쳐나는 수많은 광고들은 모두 ‘내용이 진실하다’고 협회가 보증할 수 있는가?
원칙적으로 말해, 허위 과장 광고가 방송을 통해 마구 흘러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사전 심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방송위원회의 위탁을 받은 방송광고 사전 심의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방송협회는 자신들의 심의와 무관한 판정임을 강조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의 광고에 대한 협회의 조처가 전형적인 검열이다. 방송협회는 환경운동연합의 광고를 당장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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