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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6 20:49 수정 : 2009.10.16 20:49

사설

최근 사퇴한 이정환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이 남긴 ‘퇴임의 변’은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가 얼마나 폭력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어제 거래소 임직원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직간접적인 사퇴 압력도 많이 받았고, 개인을 쫓아내기 위해 제도와 원칙을 바꿨다”며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특히 자본주의의 꽃이요, 시장인 거래소에서 가장 반시장적인 조처가 단행됐다고 개탄했다.

3년 임기 중 1년7개월 만에 중도하차한 그는 지난해 3월 이사장 선임 때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이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 이사장 추천위원회는 이를 묵살하고, 이정환 당시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을 이사장으로 추천했다. 그의 고난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거래소의 비리를 캔다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감사원 감사가 이어졌다. 신임 이사장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조직을 들쑤셨다. 별문제가 드러나지 않자 정부는 올 1월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압박에 나섰다. 이 전 이사장은 “금융 당국의 집요한 협박과 주변 압박도 받았고, 이 과정에서 평소에 존경하던 선후배까지 동원됐다”고 밝혔다. 이 정부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친인척, 심지어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했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그를 몰아내기 위해 야비하고 비인간적인 방법까지 동원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무리한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감한 현자가 없었다”는 그의 지적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오히려 “기회주의자, 영혼도 능력도 없는 출세주의자, 때때마다 줄을 바꿔 탄 처세주의자 등 수많은 좀비들”이 횡행하고 있다는 그의 절규는 우리 사회의 정의와 윤리가 실종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 정부의 의도는 명백하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쫓아내고, 그 자리에 친정부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이 전 이사장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무모하고 폭력적인 인사 행태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사이 민주주의는 독재정권 시절로 후퇴하고, 사회 정의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이런 역사의 퇴행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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