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0.16 20:54 수정 : 2009.10.16 20:54

사설

행정안전부가 행정구역 통합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백운현 행안부 차관보는 엊그제 “행정구역 통합이 유력시되던 지역에서 지방정부의 장이나 공무원들의 반대로 통합에 대한 주민 찬성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법률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병규 제2차관은 한술 더 떠 “현재는 자율적인 행정구역 통합을 유도하지만 2014년에는 강제로 통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행안부의 지방자치단체장 고발 방침은 너무나 치졸하고 편파적이다. 물론 지자체장이나 공무원들이 정도에 어긋나는 통합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면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각 지역 현황을 들여다보면 관권을 동원한 여론 조성 활동은 오히려 통합에 찬성하는 쪽이 더 적극적이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 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해 홍보와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내용도 ‘전국 ○대 도시 급부상’, ‘통합효과 수천억원’, ‘인구 백만이 넘는 국제 경제도시 건설’ 등 장밋빛 일색이다. 그중에는 확실히 검증되지도 않은 과장·허위 광고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행안부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가하려면 이런 행태도 눈감아서는 안 된다. 찬성을 위한 관권 개입은 묵인·방조하면서 반대쪽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너무나 속이 들여다보이는 태도다.

행안부가 ‘2014년 강제통합 방침’을 밝히고 나선 것은 거의 협박·공갈 수준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투표나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제멋대로 통합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불법행위를 저지르겠다는 선언밖에 안 된다. 입만 열면 준법을 강조하는 행안부가 스스로 법을 어기겠다고 나서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행정구역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뜻이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가장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이뤄지도록 돕는 일이다. 그런데 행안부는 이런 본분을 잊어버리고 스스로 ‘관권 통합’의 주체가 되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행안부로서는 애초 기대와 달리 행정구역 통합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니 조바심이 날 법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중앙정부가 공권력까지 동원해 지역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될 일이다. 행안부의 각성과 자제가 있기를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