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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합법화 포함한 이주노동자 대책 고민해야 |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강압적 단속이 또다시 말썽을 빚고 있다. 정부가 얼마 전 한국에서 18년째 살면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네팔인 미누(본명 미노드 목탄)를 ‘불법 체류자’로 체포하면서, ‘일제 단속’ 위주의 미등록 외국인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인권단체 등은 ‘이주노동자 권리 지킴이’를 만들어, 정부의 단속에 조직적으로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속을 계속 밀어붙이다간 물리적 충돌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단속보다는 합리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단속 위주 정책은 “불법을 단속한다며 정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다”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들은 곳곳에서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강압적인 단속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누의 체포에 대해서는 ‘경고성 표적 단속’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단속 위주 정책은 근본 문제를 외면한 채 현상에만 집착하는 꼴이다. 고용허가제를 시행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임금 체불이나 비인간적인 대우 등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 것은 무엇보다 사업장 변경 제한 때문이다. 3년 동안 원칙적으로 세 번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고, 변경 조건도 까다롭다. 그러니 사업주의 횡포가 심하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게다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3년에 불과해서, 한국에 적응할 만하면 떠나야 할 때가 온다. 이러다 보니 사업장을 이탈하는 이들이 계속 생기고, 이렇게 하는 순간 ‘불법 체류자’ 딱지가 붙는다.
그래서 아무리 집중 단속을 편다고 해도 ‘불법 체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사업주들에 대한 계도와 부당노동행위 단속이 되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열악한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업장을 이탈하는 일이 계속 이어질 게 뻔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조처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은 이제 이주노동자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어렵고 힘든 일을 대신 해줌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그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구체적인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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