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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9 20:45 수정 : 2009.10.19 20:45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뒤 정황을 살펴보건대 누가 봐도 세종시를 겨냥한 발언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특정 정책과 관련 없는 원론적인 발언”이라며 짐짓 딴청을 부린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는 수법이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을 변경하고 싶으면 국정 최고책임자답게 당당하고 솔직한 태도를 보이는 게 옳다. 추상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으로 외곽을 건드려놓고 ‘대통령의 높고 깊은 뜻을 잘 헤아려보라’는 식은 곤란하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은 물론이고 취임 후에도 줄곧 행정도시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할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누가 행정도시를 축소할 것이라고 하던가?” “부처 통폐합 때문에 몇 개 부처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행정부처 이전에 변함이 없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이 대통령 자신이다. 그때는 백년대계를 생각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했다는 이야기인가. 이 대통령이 진정 세종시 원안 변경을 원한다면 국가 백년대계를 말하기에 앞서 이런 말 바꾸기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해명부터 하는 게 순서다.

더욱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것은 한나라당의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고위 당직자들의 입에서 일제히 “만고불변의 공약은 없다” “정부에서 안을 내면 검토할 것”이라는 따위의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그동안 겉으로는 ‘원안 고수’를 강조하던 태도가 확 바뀐 것이다. 한나라당은 한 술 더 떠 이제는 ‘선거만 끝나고 보자’는 식의 말을 아예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충청권 표를 의식해 지금은 자제하고 있지만 재보선만 끝나면 세종시 변경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여권의 태도를 보면 정정당당함도, 솔직함도, 진정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직 치졸한 꼼수와 얕은 잔꾀만이 난무할 뿐이다. 그리고 가장 큰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다. 어차피 세종시 원안 변경이 속마음이라면 재보선에 관계없이 하루빨리 본심을 밝히는 게 떳떳한 태도다. 고독한 결단을 앞둔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시키면서도 정작 핵심은 비켜가는 모습은 비겁하다. 여권의 끊임없는 연막작전을 보기에도 이제는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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