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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럽산 쇠고기 수입 허용한 한-유럽연합 FTA |
지난 15일 가서명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영문본)이 공개됐다. 그동안 밀실 협상으로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논란을 빚었던 투자자-국가 제소 조항과 서비스-투자 분야의 역진 방지 조항이 최종 협정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유럽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고, 자동차 등 우리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양허 내용이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타결된 것은 유감이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서 가장 걱정되는 게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협정문을 보면, 동식물과 식품에 대한 수입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에 따라 결정한다고 명기돼 있다. 현재 유럽연합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으로 광우병 위험통제 국가로 분류돼 있어 유럽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이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유럽산 쇠고기는 미국산보다 광우병 감염 우려가 훨씬 크다. 광우병 발생이 2006년 이후 미국에서는 1건만이 보고된 데 반해 유럽 지역에서는 같은 기간에 무려 600여건이 보고됐다. 우리 검역 당국이 이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이다.
자동차 등 공산품의 관세가 대폭 낮아짐으로써 유럽연합과의 교역 규모가 한결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경우, 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대형 자동차에 대한 관세(10%)가 3년 내 철폐됨으로써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미국 시장 개방 효과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섬유, 가전제품, 신발 등에 대한 관세도 대폭 낮아짐으로써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 비해 유럽 지역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우리 쪽이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소형차에 대한 관세 철폐는 5년 이내로 돼 있어 상대적으로 우리가 더 불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27개 나라로 이뤄진 유럽연합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7조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다. 우리에게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교역 규모가 큰 지역이다. 그만큼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회 비준에 앞서 각 조항들이 갖는 문제점들을 꼼꼼히 따져 최대한 보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산업계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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