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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효성 비리 의혹, 전면 재수사 불가피하다 |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의 여러 비리·범죄 의혹에 대해 검찰이 축소·부실 수사로 사건을 덮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기본적인 조사도 없이 수사를 끝내거나, 일부러 가벼운 처벌을 한 흔적이 여럿이다.
핵심 의혹인 비자금 사건 수사부터 부실이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는 의혹이 불거진 한참 뒤에야 시작됐다. 그나마 비자금 통로라는 해외법인에 대한 수사나, 사주 일가나 핵심 인물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오너 3세들의 그룹 주식 취득과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한 수사도 없었다. 이들 사주 일가는 주식을 취득할 즈음에 그룹 금융회사로부터 30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한다. 회사 돈으로 개인 지분을 불린 게 아닌지 의심된다. 이들의 외국 부동산 구입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도 궁금하다. 하나같이 범죄 혐의가 짙은데도 검찰은 스스로 작성한 첩보보고서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이 이미 밝혀낸 사실조차 예사로 무시됐다. 경찰은 지난해 1월 효성그룹 회장의 인척이 실소유주인 업체가 국방부에 장비를 납품하면서 거액을 빼돌린 혐의를 잡아 검찰에 이를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1년 뒤인 지난 3월에야 애초 경찰 수사보다 축소된 혐의로 관련자들을 기소하면서, 형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했다. 대통령 사돈의 인척은 뻔히 주소까지 있는데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범죄인 인도 요청 대상에도 올리지 않았다. 지난해 경찰 수사 때부터 검찰이 처벌 수위를 낮춰 송치할 것을 경찰에 종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검찰은 국외 비자금으로 조성된 범죄 수익의 행방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으니 수사를 못할 이유가 없다. ‘봐주겠다’고 마음먹지 않은 다음에야 이런 식의 법 적용을 고집할 리 없다.
이런 행태는 모두 검찰이 기소독점권 등 주어진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 비리를 엄단해야 할 검찰이 되레 권력 주변의 비리를 비호한 꼴이니, 그 자체로 범죄적 직무유기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검찰이 모르쇠로 버틴다면, 검찰의 존재 이유까지 의심받게 된다. 검찰은 당장 효성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 억지로 덮은 의혹들 말고도 새로 드러난 의혹도 이미 한둘이 아닌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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