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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0 21:08 수정 : 2009.10.20 21:08

통신 3사에 대한 박노익 청와대 행정관의 기금 출연 압력을 조사해온 청와대가 “기금 납부 압박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 행정관에게는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 복귀 명령을 내리고 조사를 종결지었다. 애초부터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던 청와대가 내린 ‘예고된 결론’이지만 너무 실망스럽다. 들끓는 여론 때문에 마지못해 진상조사에 착수하긴 했으나 그것은 시늉뿐이었다.

청와대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밝혀진 사실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청와대는 박 행정관의 원대복귀 이유에 대해 “기금 납부 압박은 없었으나, 청와대 안에서 기금 모금 논의가 오가도록 방치한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설명대로라면, 박 행정관은 가만히 있는데 통신 3사 임원들이 저절로 청와대를 찾아와 기금 모금 논의를 했고, 박 행정관의 죄는 단지 그런 논의를 ‘방치’한 잘못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박 행정관은 “새해 들어서도 (기금 모금의) 결론이 나지 않아 매듭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통신사 임원들을) 만났다”고 말한 바 있다. 기금 모금을 독려하기 위해 통신사 임원들을 청와대로 불렀다는 점은 최소한 시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런 발언 내용마저 깡그리 부인해버렸다.

사건의 진상을 덮기에 급급한 청와대의 태도는 청와대 출입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청와대 출입기록은 당시 회의의 성격 등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가장 기초적인 자료다. 청와대 쪽은 회의에 케이티와 에스케이티 임원 등이 참석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엘지 임원도 참석했다는 이야기가 재계에는 파다하다. 또 청와대가 참석했다고 밝힌 일부 관계자가 실제로는 참석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청와대가 앞장서 출입기록을 공개해 의혹을 잠재울 법도 한데 청와대는 기록 공개를 완강히 거부하다 사건을 종결지어 버렸다.

청와대의 조사 결과는 한마디로 부실투성이다. 사건의 성격상 당연히 밝혀져야 할 윗선의 지시나 간여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런 조사 결과를 들이밀며 ‘믿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국민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안 믿으면 너희들이 어쩔래’ 하는 오만한 자세까지 감지된다. 겸허함을 잃어버린 청와대의 앞날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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