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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1 21:03 수정 : 2009.10.21 21:03

검찰이 어제 ‘용산 참사’ 재판에서 농성자들에 대해 징역 8년에서 5년에 이르는 무거운 형을 구형했다. 농성자들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진 것이 경찰관들을 다치거나 숨지게 한 화재의 직접 원인이라는 이유다. 검찰의 이런 주장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과도 어긋나는, 가당찮은 억지다.

공판에서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용산 참사가 온통 농성자들 탓인 양 몰아붙이는 검찰 논리는 더는 통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애초 수사 결과 발표에서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이 망루 바닥의 시너에 옮겨붙어 불이 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특공대원 가운데 발화 당시 화염병 던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이는 아무도 없다. 농성자들이 시너를 뿌린 게 아니라 망루 바닥이 꺼지면서 시너 통이 넘어졌다는 특공대원의 증언도 있었다. 민간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전문가들은 발화 지점이나 발화 원인은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인화성 물질의 유증기가 가득 차 있던 상태에선 발전기나 경찰의 전기절단기 등이 발화 원인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전문가들과 소방대원들은 경찰이 진입하지 않는 것 말고는 화재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이런 위험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경찰의 현장 지휘부는 망루 안에 인화성 물질이 가득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증언했다. 폭발성 화재의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모한 작전이었음을 자복한 셈이다. 진압 작전에 앞서 농성자들과의 협상은커녕 단 한 차례도 얼굴을 맞대지 않았다는 경찰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런 막무가내식 과잉 진압이 철거민 다섯과 경찰관 한 사람의 생명을 앗은 참사의 원인이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를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비호하면서, 경찰 간부들의 직권 남용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농성자들에 앞서 정작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쪽에 대해선 눈을 감은 것이다.

검찰의 공소가 기각돼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검찰은 재판부의 명령에도 수사기록 3000쪽의 공개를 끝내 거부했다. 권력을 편들고 경찰 간부들의 과잉 진압과 직권 남용 등의 혐의를 숨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당연하다. 이는 피고인들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가로막는 것일뿐더러 사법제도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다. 재판부의 현명하고 용기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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