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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노조의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정부 |
행정안전부가 어제 공무원노조의 정부 정책 비판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조합비 원천징수를 까다롭게 하는 보수규정 개정안도 함께 내놨다. 공무원의 정치 활동 금지를 핑계로 공무원노조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조처다. 정부의 개정안대로라면 공무원노조는 단순 친목단체 이상의 활동을 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노조 탄압에 그치는 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마저 공무원들한테서 박탈하는 조처다.
정부의 복무규정 개정안은, 공무원이 개인 또는 집단으로 직무 수행과 관계없이 정치지향적인 목적으로 특정 정책을 주장·반대하거나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집행을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노조를 껍데기뿐인 노조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도 공무원노조의 활동은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노동 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이 없는 상태여서 파업은 무조건 불법이다. 단체교섭권도 심하게 제약을 받는다. 단체교섭을 체결했더라도 법률은 물론이고 명령이나 규칙, 조례에 위반되면 무효가 된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교섭 내용을 뒤집을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 비판까지 막으면, 공무원노조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인 공직 사회 내부 감시는 불가능해진다. 결국 공무원노조는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친목단체 수준의 활동만 하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식의 공무원노조 활동 규제는 국제적인 노동 기준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많은 나라는 일반 공무원은 물론이고 경찰의 파업까지도 허용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정부 정책 비판조차 막는 것은 변명의 여지도 없는 노조 탄압이다. 우리의 헌법 정신을 고려해도 이런 제약은 용납되기 어렵다. 의사 표현의 자유를 법률보다도 하위에 있는 복무규정으로 제약하는 것은 위헌적 조처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해 민주노총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것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민주노총 가입 추진 등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함으로써 이를 부인하지도 않았다. 이는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공개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러고도 선진 노사문화 정착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노-정 정면 대결이라는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공무원노조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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