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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1 21:05 수정 : 2009.10.21 21:05

이재오 신임 위원장이 취임한 뒤, 국민권익위원회의 위상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그동안 파리를 날리던 권익위 사무실엔 오후쯤 되면 여당 의원을 비롯해 그를 ‘알현’하려는 사람들로 득시글거린다고 한다. 이 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할 때는 그와 가까운 사람뿐 아니라 지역의 유지들까지 줄줄이 뒤를 따르는 일이 벌어진다. 거의 매일같이 위원장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이벤트성 행사가 이어지고, 동정이 뉴스거리로 등장한다. ‘소통령’이라 불릴 만한 위세다.

이 위원장의 주변에 사람이 몰리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한때 이명박 정권의 ‘제2인자’라고 불릴 정도의 실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즐기는 면도 크다. 고위 공직자 청렴도의 평가 및 공개, 권익위·감사원·검찰·경찰·국세청 등 5개 기관이 참여하는 ‘반부패 기관 연석회의’의 정례화 방침을 불쑥 내놓은 것은 실세라는 자신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누가 봐도 ‘고충 민원의 처리와 이와 관련된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 공직사회 부패 예방·부패 행위 규제를 통한 청렴한 공직 및 사회 풍토 확립, 행정 쟁송을 통하여 행정청의 위법·부당한 처분으로부터 국민의 권리 보호’라는 권익위 본연의 일과 거리가 먼 돌출 행동이다. 세상에 부패와 관련되지 않은 일이 어디 있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축구경기에서 문지기가 골까지 넣겠다고 설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그는 어제부터 지역현장 고충 민원 상담제도인 ‘이동 신문고’ 활동을 명목으로, 밀양·청도·경산 방문에 나섰다. 잠은 마을회관에서 자고 노인, 아동, 다문화, 장애인 복지 시설, 농공단지, 지역 시장 등을 방문해 고충을 듣는다고 하니, 정치인의 득표 활동과 다를 게 없다. 특히, 재보선 지역인 양산과 가까운 밀양을 첫 방문지로 택한 것은 여당 후보 측면 지원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이 위원장은 공연히 밖으로 나다니며 오해를 살 행동을 할 게 아니라, 이미 권익위에 접수되어 있는 사건부터 철저히 살펴보고 해결하는 데 힘을 쏟기 바란다. 그것이 일의 순서다. 여권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이 위원장의 ‘오버’에 고개만 갸웃거리지 말고 말릴 것은 말려야 한다. 사람 한 명이 바뀌었다고 해서 조직의 위상과 구실이 180도 바뀌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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