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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정상회담 추진, 꼼수가 아니라 정도라야 한다 |
남북 정상회담을 둘러싼 남북 간의 물밑 접촉설이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온다. 청와대의 태도도 처음 부인하던 데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뭔가 움직임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북쪽에서 대남 사업을 담당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이 며칠 전 중국 베이징 공항에 모습을 보인 것이나, ‘남북 간에 여러 갈래의 대화 움직임이 있고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이행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21일치 <로동신문> 보도도 접촉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개별 현안을 다루는 개성 접촉,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 적십자 접촉 등의 실무 협의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는 고위급 회담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 북한과 미국이 앞서가면서 어쩔 수 없이 뒤따라가는 수동적인 자세로 남북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이달 초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핵 문제의 기류가 압박에서 대화 쪽으로 급속하게 바뀌면서, 남북대화의 필요성도 커졌다. 제재의 선봉에 섰던 남쪽은 자칫 국제 흐름에서 고립될 처지에 몰렸고. 북쪽도 북-미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는 미국·중국의 뜻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는 시작이 비록 수동적이었다고 해도, 대화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 한반도 문제에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의 경험이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1993년, 2002년, 2009년 세 차례에 걸친 북핵 위기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리 정부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결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북쪽이 핵 폐기 결심을 먼저 해야 한다’는 선핵폐기론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비핵·개방·3000’의 주술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1,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인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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