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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5 19:09 수정 : 2009.10.25 19:09

정운찬 국무총리가 불을 지핀 세종시 성격 변경론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드디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나왔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3일 ‘정치는 신뢰’라는 점을 강조하며 세종시 원안 추진을 강조했다. 그는 “수없이 토론했고, 선거 때마다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한 사안”이라며 공약을 지키는 것은 한나라당의 존립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원안에다 필요하다면 더 더해야지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내놨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족 기능이 부족하다면 보완해야 한다는 말이다. 백번 옳은 주장이다.

박 전 대표의 입장 발표로, 여론몰이를 통해 세종시 성격을 얼렁뚱땅 변경하려던 정부·여당의 계획은 큰 어려움을 만났다. 국민에 대한 설득은커녕 여권 안의 이견 노출로 쉽게 단일안을 만들기도 어렵게 된 것이다. 법률 개정을 통한 세종시 성격 변경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많지만, 무엇보다 60여명의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협조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일을 통해, 여권의 국정 수행 능력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지도 드러났다. 정 총리가 임명도 되기 전부터 세종시 변경론을 제기하고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들도 ‘원안보다 예산을 줄이는 일은 없다’(정정길 대통령실장), ‘원안보다 세 배나 좋은 대안을 내놓겠다’(박형준 정무수석)며 얼굴을 내놓고 가담할 때만 해도, 여권의 단일 복안이 이미 마련된 상태에서 순서 밟기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결같이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해 왔고 당론 형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박 전 대표조차 설득하지 못한 ‘어설픈 드라이브’임이 백일하에 폭로됐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17일 발언을 정면에서 반박하는 성격도 띠고 있다. 이 대통령이 백년대계를 앞세워 세종시의 무력화에 나서자, 박 전 대표가 신뢰를 내세우며 원안 추진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청와대 참모나 측근의 입을 통해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이제 이 대통령은 그런 추상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무책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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