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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오로지 법과 상식에 따라 판단하길 |
한나라당이 지난 7월 강행처리한 언론관련법의 법적 효력 여부를 결정하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오는 29일 내려진다고 한다. 개정 방송법과 신문법 등이 11월1일부터 시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헌재의 결정은 때늦은 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다.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투표 종료까지 선언한 뒤 곧바로 재투표에 들어가 통과시킨 것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는지와, 미디어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통과 때 대리투표 여부와 표결의 효력 문제다. 이들 쟁점에 대해서는 이미 두 차례의 공개변론과 각종 동영상 자료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실체적 내용이 확인됐다고 본다. 특히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와 관련해서는 국회 쪽 소송대리인도 국회부의장이 극도의 혼란 속에서 ‘착오’로 투표 종료를 선언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착오로 이뤄진 투표종료 선언이라고 해도 법적 효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또 국회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방송사 촬영 동영상 등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이 다른 의원의 자리에서 단말기를 조작하는 증거도 드러났다.
그동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도 언론관련법 강행통과는 ‘무효’라는 의견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법학자 189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70.9%가 ‘대리투표·재투표 등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고, 60.8%는 헌재가 언론관련법에 대해 ‘무효 취지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언론법 개정안이 안고 있는 내용상의 숱한 문제점을 떠나 법안 처리의 형식적 절차와 과정부터가 하자투성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상식적인 판단인 셈이다.
헌재 선고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헌재가 정치적 고려 없이 자유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 큰 부담을 주면서까지 언론관련법 무효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기우에 불과할 것으로 믿는다. 헌재가 결코 ‘정치적 고려’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오로지 법과 상식에 따라 소신 있는 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의회의 파행적 운영에 경종을 울리고 절차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하길 바란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언론계나 정치권은 물론 헌재의 위상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역사적 결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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