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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8 21:17 수정 : 2009.10.28 21:17

수확의 계절을 맞아 전국의 들녘은 황금물결로 출렁이지만 기쁨의 노래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시름에 찌든 농민들의 한숨 소리만 농촌 곳곳에 가득하다. 1년 동안 손금이 닳도록 고생한 보람도 없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쌀값 폭락 사태 앞에 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가는 것이다. 매년 쌀 소비는 줄어들고 재고량은 증가하는데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죽했으면 농민들이 자식과도 같은, 소중한 벼를 갈아엎으면서까지 정부에 대책을 호소하겠는가.

농민들의 이런 절박한 요구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대책이 나오긴 했다. ‘쌀값 관련 농민단체 동향 및 대응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그 핵심은 국가정보원·경찰 등과 손잡고 농민들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농민단체들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일이다. 특히 강성 단체로 지목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고사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농민들이 애원하는 ‘쌀값 대책’ 마련은 하지 않고 농민단체 죽이기에나 골몰하고 있는 농식품부의 행태가 어처구니없다.

이 문건을 보면 현 정부는 농촌 문제마저도 ‘공안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최근 잇따른 농민단체 시위를 두고 “궁극적인 목적은 농정 현안 해결보다는 대북지원과 투쟁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고 규정했다. 논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려보는 노력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것을 친정부-반정부로 가르고, 거기에다 이념의 색안경까지 쓰고 바라보고 있다. “정부에 협조(하는) 정도에 따라 단체별 대응 수위를 차별화”하겠다는 식의 치졸한 이간질 전략에 이르면 쓴웃음도 멈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국정원이 등장했다. 노동 문제, 4대강 사업 등에 이어 농촌 문제까지 국정원의 손길을 뻗치지 않는 곳이 없음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특히 ‘진보적인 시민단체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이 ‘전농 죽이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불편하게 여기는 단체는 철저히 씨를 말리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된다.

먹통 정부라고 하지만,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한다. 이런 해괴한 대책을 만드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쌀값 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기 바란다.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으면 농민들은 논을 갈아엎으라고 애원해도 갈아엎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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