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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 최하위권 성평등국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
세계경제포럼이 그제 발표한 ‘2009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는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을 세계에 다시 한 번 알렸다. 세계 최하위권이던 성평등 순위가 계속 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한국의 순위는 올해 134개국 가운데 115위였다. 128개국 가운데 97위를 차지했던 2007년은 물론 130개국 가운데 108위를 차지했던 지난해보다도 더 떨어졌다. 우리 밑에 있는 나라는 이슬람권인 중동 국가들뿐이다. 그러나 쿠웨이트와 요르단은 우리보다 앞에 있다. 이웃 일본과 중국은 물론 다른 아시아 나라들도 모두 우리보다 앞섰다.
더 심각한 것은 순위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0.6409이던 격차지수가 지난해 0.6154로, 그리고 올해는 0.6146으로 마냥 커지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자랑하는 나라로선 부끄럽고 초라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결과는 여성부 폐지 논란을 일으키며 출범한 이명박 정권의 등장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총리와 법무장관 등 주요 각료에 여성을 임명하고 여성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성평등 노력을 전개한 이전 정부와 달리 현 정권에선 성평등 정책이 사실상 실종됐다. 양성평등 정책을 주관하는 여성부는 1개 과 수준인 초미니 부서로 전락했다. 여성 각료라곤 여성부 장관을 빼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한 명뿐이다. 고위공무원단의 여성 비율 역시 2006년 6.23%에서 2007년 4.02%로 그리고 2008년 3.68%로 갈수록 떨어졌다.
정치적 격차보다 더 큰 문제는 경제적 격차다. 경제활동 참여와 보수, 승진 등에서의 격차를 반영한 한국 여성의 경제적 격차지수는 0.5204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여성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지만, 정권 차원에서 이를 시정할 대책 하나 제대로 내놓지 않은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포럼 축사에서 “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질을 사회 발전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의 품격을 높여 선진 한국을 이루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인 여성에 대한 차별에 눈감은 채 행복이니 선진을 말할 순 없다. 이 부끄러운 성차별 현실의 시정 없이 선진 한국은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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