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0.29 22:08 수정 : 2009.10.29 22:08

헌법재판소가 어제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강행처리 문제에 대한 심판 결과를 내놓았다. 한나라당의 신문법·방송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 권한을 침해하는 위법은 있었지만, 이들 법률의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한다는 내용이다. 위법이지만 무효라고는 말 못하겠다니,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런 결정에 대해 “위헌 시비가 종결됐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 취지를 살펴보면 결코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헌재는 언론관련법 처리 과정이 위법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신문법 표결에선 대리투표·이중투표·무권투표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헌재 스스로 당시 속기록과 동영상 등의 증거를 실증적으로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이니, ‘날치기’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셈이다. 헌재는 다수 의견으로 이런 행위가 “표결의 자유와 공정성을 현저히 저해”하고 “표결 결과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고 판시하면서, 헌법 제49조와 국회법 제109조의 ‘다수결의 원칙’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방송법에 대해서도 헌재는 다수 의견으로 국회법 제92조의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밝혔다. 표결 종료를 선언하고 재적 과반수 출석에 미달했다는 결과가 확인된 이상 이미 부결로 확정됐다는 것이다.

이들 법률의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한 헌재 결정의 취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헌재는 무효 여부를 자신이 확인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지, 이들 법이 유효라거나 무효라는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 재판관들 스스로 이를 밝혔다. 신문법의 경우, 재판관 3명이 중대한 무효 사유라고 판단한 것 말고도, 또다른 3명의 재판관은 ‘권력 분립과 국회의 자율권 존중’ 등을 이유로 헌재는 위법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치고 그 시정 등 사후 조처는 국회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입법부의 일에 대해선 사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헌재의 뜻이 이렇다면 정부와 국회가 할 일도 자명하다. 국회는 당장 위법 등 하자 치유에 나서야 한다. 날치기 사실이 확인됐고 이들 행위가 위법이라는 헌재의 판정이 났다면 법안이 유효하다고 더는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개정안을 내는 등의 방법으로 정상적인 재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정부도 관련 시행령이나 행정조처를 서둘러선 안 된다. 위법하게 처리된 법률을 계속 시행할 순 없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에 따라 헌재 결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여기에는 결정 주문 말고도 그 결정의 기초가 되는 판단 및 사실관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의무도 포함된다. 헌재가 행정부와 입법부를 존중하겠다며 이번 같은 복잡하고 모순된 결정을 내린 만큼, 정부와 국회도 그 뜻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