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0.30 20:53 수정 : 2009.10.30 20:53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최소한의 윤리의식이나 염치도 찾아볼 수 없다. 언론관련법 권한쟁의심판 청구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리고 그 이후 전개되는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 등의 움직임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물론 헌재의 비겁한 태도는 아무리 호되게 비난받아도 지나치지 않다. ‘과정은 위법이나 결과는 합법이다’라는 결정은 우리 사회를 떠받쳐온 윤리의 밑바탕마저 허물어버렸다. ‘목적이 아무리 훌륭해도 수단과 과정이 중요하다’는 따위의 설교도 이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헌재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하다. 쉽게 말해 ‘언론관련법 강행통과는 위법하지만 차마 우리 입으로 무효라고 하기는 곤란하니 정치권이 잘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여당이라면 법 통과 과정상의 위법행위를 부끄럽게 여기고 이에 합당한 후속 조처에 들어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앞뒤 문맥을 거두절미하고 헌재의 ‘유효’ 결정만을 부각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바라보는 격이다. 그것도 알면서도 일부러 손가락만 바라보는 것이다. 그 선두에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서 있다. 김 의장은 애초 “헌재의 결정에 책임을 지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헌재 결정 뒤에 숨어버렸다.

김 의장이나 한나라당의 태도는 헌재가 만든 지침서 내용과도 어긋난다. 헌재가 발간한 <헌법재판실무제요>를 보면, “권한쟁의심판 결정이 내려지면 위헌·위법성이 확인된 행위를 반복해서는 아니 될 뿐 아니라 자신이 야기한 기존의 위헌·위법 상태를 제거하여 합헌·합법적 상태를 회복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른바 ‘반복 금지’와 ‘결정 준수’의 의무다.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정치권이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10·28 재보선에 패배한 최대 원인은 오만과 독선 때문이었다는 게 일치된 분석이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선거가 끝난 뒤 “우리가 너무 오만했다”는 자성론이 나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어느새 그런 교훈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

헌재 결정에 대한 보수신문들의 반응을 보면 역설적으로 언론관련법의 문제점이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법안의 유효성이 인정됐으니 야당은 근거 없는 정치적 이념투쟁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후속 조처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 일색이다. 언론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최소한의 균형감각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종합편성채널 진출이라는 자사의 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위법의 모래성 위에서 만드는 방송이 얼마나 공정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