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국민 생명보다 미국 심기를 중시하는 정부 |
정부가 어제 지방재건팀 요원을 대폭 늘리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군인을 파견하겠다는 내용의 아프간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민간 요원을 보호하기 위한 군인의 파견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지원 계획의 핵심은 누가 봐도 재파병에 있다. 민간 요원보다 2배 이상 많은 병력을 파견하려고 하면서, 병력보다 지방재건팀 파견을 앞세우는 것이야말로 파병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는 궤변에 불과하다. 정부 스스로 정당성도 명분도 없는 파병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민간 요원 보호 목적이든 전투 목적이든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아프간에 군인을 보내선 안 된다. 전 지역이 전투장화한 아프간에서 우리만 전투에 가담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프간 반군의 입장에서 보면, 아프간에 파견된 외국 군인은 모두 제거해야 할 적일 뿐이다. 10월 한 달에만 50명 이상의 미군이 숨진 점을 고려하면, 한국군의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그제 국회 답변에서 “불가피한 교전이 있을 수 있고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대의명분이 뚜렷하고 국민적인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파병을 할 수도 희생을 감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럴 만한 명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글로벌 코리아로 가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에 공헌할 의무가 있고,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아프간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 아프간 전쟁은 테러와의 전쟁 국면을 넘어 전면전화한 지 오래고, 주한미군 주둔 여건 운운은 국민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해 파병을 정당화하려는 얕은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주한미군 일부가 아프간으로 이동한다면 그것은 한-미 간의 주한미군 전략유연성 합의에 따른 것이지 한국의 아프간 파병 여부와 관련이 없다는 것은 유 장관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정부가 이 시점에서 서둘러 파병 방침을 결정한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의 입맛을 맞춰주자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미국조차 증파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파병까지 하면서 젊은 생명을 사지로 내모는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고 싶다. 정부는 파병 방침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