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1.02 21:41
수정 : 2009.11.02 21:41
사설
청와대가 부쩍 언론의 취재 활동 제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제 청와대는 비서관실별로 공보담당을 두고 언론의 취재 요구에 응대하게 하는 방안을 내놨다. 말인즉 책임 있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체계를 갖추려는 거라고 하나, 속내는 내부의 다양한 의견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걸 막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청와대가 언론에 대해 보인 행태를 보면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조금만 껄끄러우면 무조건 감추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일방적으로 부각시키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준 탓이다. 가깝게는, 지난 9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 때 카메라 기자는 물론이고 취재 기자들도 접근이 봉쇄됐다. 또 이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관련 기자회견 때엔 세종시 관련 질문을 하지 말라고 기자들에게 요구해 관철시켰다. 청와대 출입 방송 카메라 기자 수와 신문 취재 기자 수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공보담당제는 감시하는 ‘눈’들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이런 흐름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정부기관이 취재 요구에 대응할 체계를 갖추는 건 긍정적인 면도 있다. 중요 현안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중구난방으로 내놓아서는 마냥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창구 단일화’는 내부 검열과 통제의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요즘 청와대 기류는 내부 검열 우려가 단순 기우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청와대의 입단속 탓인지, 최근 들어 수석이나 비서관들은 말할 것도 없고 행정관들도 기자 접촉을 끊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상황이 이런데, 공보담당제가 실시되면 오죽할까 싶다. 기자들이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을 접촉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청와대에서는 공보담당들의 입을 통해 걸러진 말들만 나오게 될 우려가 짙다.
권력과 언론의 바람직한 관계는 일정한 거리감이 있는 긴장 관계일 것이다.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문제다. 하지만 현재 청와대의 행태에 비춰 볼 때, 정부와 언론의 적절한 관계 설정은 사치스런 고민거리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처에 대해 언론 통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이 지금은 ‘신종 언론 통제 방안’이나 궁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청와대는 기자들의 접근을 막는 게 능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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