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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02 21:43 수정 : 2009.11.02 21:43

사설

감사원이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민간단체 16곳을 적발해, 어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이 밝힌 대로라면 이들 몇몇 단체의 횡령 수법은 파렴치하기 이를 데 없다. 빌린 공인인증서로 인터넷뱅킹 증빙을 조작해 개인 예금계좌로 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위조한 은행의 계좌이체증을 횡령에 동원하기도 했다. 어떤 단체는 다른 사업에서 이미 낸 서류를 증빙이라고 중복 제출했고, 또다른 단체는 거래처에서 비용을 되돌려받고서도 버젓이 애초 영수증을 내놓아 보조금을 타냈다. 그렇게 최근 3년간 빼돌린 국고가 많게는 수억원씩이라고 한다. 사실이라면 모두 엄벌을 피할 수 없다.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단체 가운데는 시민운동단체도 있고, 문화예술단체도 있다고 한다. 일부라고 하더라도, 밖을 향해선 투명성과 부패 근절을 외치면서 스스로는 아무렇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이번 감사를 두고선 정권 코드에 맞춘 표적 감사가 아니냐는 의심도 없진 않다. 감사 결과를 핑계 삼아 시민운동을 고사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의혹에 앞서 분명한 잘못에 대해선 마땅히 책임을 묻는 게 먼저다. 검찰은 엄정한 수사로 잘못을 가려야 하며, 시민단체들도 이번 일을 성찰과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문화예술 단체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잘못된 관행에 안이하게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에 감사 대상이 된, 2006~08년 3년간 연간 800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은 543개 민간단체 가운데 4분의 1이 훨씬 넘는 140여 단체가 국고보조금을 위법·부당하게 지원받거나 운영비·인건비 등 애초 목적 외의 일에 보조금을 잘못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액수가 500억원에 가깝다. 상당수 민간단체의 조직 운영이나 회계 처리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규율에도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터진 환경운동연합의 회계 부정은 그 생생한 증거다.

시민·사회운동의 생명은 시민의 신뢰다. 사회를 향해 내놓는 목소리에 걸맞은 도덕성과 규율을 시민단체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면 시민운동이 설 자리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회계 투명성 제고 등 운영 쇄신을 서두르는 것과 함께, 어렵더라도 재정 독립의 길을 찾아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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