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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신장애인 인권보호 대책 절실하다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어제 발표한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는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의 열악한 인권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인권위가 2년에 걸친 실태조사 등을 통해 발표한 이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의 비자발적 입원 비율은 86%로, 3~30%에 머문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6개월 이상 장기입원 비율이 53%나 되고, 평균 입원일수도 다른 개발기구 나라들이 30일 안팎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33일에 이른다. 또 정신보건시설 입소자의 절반 이상이 입·퇴원과 관련한 정보를 들은 적이 없고, 3분의 1 이상이 시설에서 강박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장애인들 대부분이 치료에 대한 알 권리나 신체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과 최소한의 자기결정권조차 무시당하고 있다고 보고서가 결론 내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렇게 부끄러운 결과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과 병원·시설을 통한 격리치료 위주의 정책 탓이 크다. 유엔은 일찍이 1991년 ‘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원칙’을 채택하고 “모든 정신장애인 및 정신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인간으로서 고유한 존엄성을 토대로 한 인류애와 존경을 바탕으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유엔은 또 정신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정신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치료를 받고 치료 뒤 사회에 복귀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노동할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했다. 이 원칙 발표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격리와 시설보호 위주의 정책에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예방과 재활 및 사회복귀를 목표로 한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시대착오적이고 비인권적인 격리 위주 정책에 머물러 있다.
이제 인권위의 보고서 채택을 계기로 정신장애인 인권보호를 위한 전면적인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설을 통한 격리 위주의 정책을 바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예방과 치료, 사회복귀 쪽으로 정책의 큰 물줄기를 돌려야 한다. 그러려면 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전사회적 노력과 더불어 비자발적 입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신보건법을 개정하는 등 법과 제도의 정비 역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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