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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취업후 학자금상환제, ‘대국민 사기극’ 돼선 안 된다 |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 친서민 정책으로 내세워온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구체안이 나오면서 허울만 그럴듯한 속 빈 강정 또는 ‘대국민 사기극’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획재정부가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해 만들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한 안이 애초 정부 발표 내용과 한참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자금의 상환 기간을 최장 25년까지로 해 대출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상환율을 결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국회 보고 안은 소득수준에 따른 구체적 상환 비율을 미리 정한 것은 물론, 상환 개시 시점도 3년을 넘지 못하도록 정해놓았다. 3년 뒤 상환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소득 및 재산 조사를 통해 소득인정액을 산정하고, 그 1년 뒤에는 전액 상환하거나 일반대출로 전환하도록 하는 등 강제 추심 방안까지 마련했다. 더 큰 문제는 빈곤계층에 대한 배려가 기존 학자금 대출제도보다 오히려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존 제도는 거치기간 중 이자를 소득계층별로 지원해주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으나, 새 제도에선 게층별 차등을 두지 않고 거치기간의 이자를 원금에 얹어 갚도록 했다.
이런 안이 나온 배경에는 나랏빚을 줄이기 위해 채무 불이행률을 낮추고 상환율을 높이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은 정부의 방침이 작용하고 있다. 물론 국가채무를 줄이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일반대출과 달리 사회보장적 성격을 갖는다. 강제 추심으로 대출자의 삶을 옥죄는 대신 각자의 형편에 따라 상환액이나 상환 일정을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할 까닭이다.
국가채무 확대가 걱정이라면 정부 공약대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노력하면 된다. 등록금이 줄어들면 학생들의 채무가 줄고, 그 채무 이행을 담보할 국가의 비용 역시 준다. 국가가 할 일은 안 하면서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려 해선 안 된다. 정부는 제기된 문제점을 고친 합리적인 최종안을 빨리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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