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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종시 수정론과 함께 실종된 ‘국토 균형발전론’ |
정부가 세종시 계획 변경을 공식화하면서, 수십년간 국론으로 자리잡아온 국토 균형발전 정책이 폐기될 위기에 직면했다. 여야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비롯한 숱한 논란을 겪으면서도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합의로 제정한 가장 큰 이유는 균형발전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유불리 등 정략적 요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세종시 건설의 고갱이는 균형발전이었다.
사람·돈·자원이 모두 서울 한곳으로 쏠리는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196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해, 71년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의 수도 이전 공약, 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건설 계획 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해선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골고루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가 정책 과제로 굳어졌다. 지난 50년간 40여개의 굵직한 정책이 나온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수도권 편중의 극단적인 심화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균형발전을 강제하기 위해 나온 처방이 바로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이다.
하지만 정부의 세종시 수정론에선 이런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의 3대 기준으로 국가경쟁력, 통일 이후 국가 미래, 해당 지역의 발전을 제시했다. 그가 말하는 해당 지역의 발전이 수도권과 지방을 고루 발전시키자는 균형발전의 시각이 아니라, 충청지역 사람의 불만을 무마하자는 ‘민원 해소’ 차원에서 나온 일차원적 발상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정책 면에서도 정부는 공장 신·증축 완화, 그린벨트 완화를 통한 보금자리 주택 건설 등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혁신도시는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세종시조차 온갖 핑계와 감언이설로 뒤바꾸려 하면서, 정말 믿으라고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다. 실제 세종시 수정이 거론되면서, 이전 대상 157개 기관 중 혁신도시에서 청사 신축 공사를 하는 기관은 하나도 없다. 정부는 말로만 균형발전 입장을 떠들면서, 실제로는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꼼수를 펴고 있는 셈이다. 차라리 균형발전은 포기했다고 선언하는 편이 솔직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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