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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모함 드러난 아프간 재파병 결정 철회해야 |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결정을 전후해 현지 무장세력이 우리 기업의 도로 건설 현장을 세 차례나 습격한 사실이 확인됐다. 재파병 결정이 얼마나 무모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는 직접적인 인명 피해가 없었다며 “경미한 공격이거나 단순 방화 사건으로 탈레반의 소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도 웃을 주장이다. 무장세력은 돈을 요구하거나 물품을 챙기지 않았다. 다만 장비를 불태우고 위협사격을 했다. 발생 시점도 재파병 결정 앞뒤였다. 재파병 결정에 대한 경고가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탈레반 소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부터 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로서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현재 아프간은 치안은 물론 정정이 극히 불안한 상태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조차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헌신에도 한도가 있다’며 병력 증파 결정에 고심하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지도력이 의심되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무리한 파병이 가져올 위험을 경계해서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지난달 30일 민간재건 요원과 이들을 보호할 군경을 파견하겠다고 덥석 발표했다. 모두 400~500명에 이르는 규모다. 정부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마련과 ‘글로벌 코리아’로서 테러와의 전쟁에 기여할 책임감을 파병 이유로 내세우지만, 턱없는 주장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명분을 상실한 지 오래다. 오바마 정부조차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미국은 알카에다를 소탕하기 위해 아프간에 병력을 보냈으나 아프간 국토 전체가 전쟁터로 바뀌어 이제까지 4만명의 주민이 숨졌다. 또 알카에다에는 결정적 타격을 주지 못한 채 탈레반 세력은 물론 이웃 파키스탄의 극단주의자들 세력까지 강화시켜 이 지역은 더 불안정하게 됐다. 이런 화약고에 뛰어들어 우리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이유가 없다.
일본은 그동안 해온 해상자위대의 다국적군 함대에 대한 급유지원 활동까지 그만두고 대신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경제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파병했다가 철수한 나라에 다시 파병하는 것도 전례가 없다. 우리 젊은이들을 명분 없는 전쟁으로 내모는 대신 아프간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경제지원을 하는 게 더 나은 국제공헌 방안이다. 아프간 재파병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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