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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13 20:02 수정 : 2009.11.13 20:02

처음으로 복수국적 상시 보유를 인정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어제 입법예고됐다. 출생으로 인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나 새로 국적을 취득하는 이들 상당수에 대해 국내에선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만 제출하면 평생 이중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젊은 남성도 군대를 다녀오면 외국 국적을 함께 지닐 수 있게 했다. 기존의 엄격한 단일국적 제도를 크게 바꾸자는 것이니, 기대에 앞서 걱정과 불안이 없을 수 없다.

복수국적 허용 자체는 이제 불가피한 일이라고 봐야 한다. 국제화의 흐름에서도 그렇거니와 소수자들의 사회 통합과 권리 존중이라는 면에서도 필요하다. 이미 많은 나라가 이중국적을 용인한다. 개정안이 결혼이민자, 해외입양인, 화교 등에게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은 그런 점에서 진일보한 조처다. 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한국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당연하고도 시급한 일이다. 우리 사회가 우수한 해외 인재를 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원칙과 명분이 소수의 이익에 악용될 가능성 역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자료를 보면 국적 이탈의 절반 이상, 많게는 3분의 2 이상이 병역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2005년 군대를 갔다 와야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 국적법 시행을 앞두고 국적 포기가 급증한 일도 있다. 이번 개정안이 당시 규정을 그대로 두면서 국내 거주자의 국적 이탈을 제한하는 규정을 새로 마련한 것도, 그런 부작용을 염려한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허점은 여전하다. 예컨대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이중국적자가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36살 이후에 귀국해 고급 인력으로 인정받아 쉽게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의무 없이 권리와 혜택만 누리는 이들 때문에 계층적 위화감이 커지는 것이다.

아쉬운 대목은 또 있다. 미국·유럽 등과 달리 복수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일본 등에 사는 동포들에 대해선 영주권 제도의 활성화 등을 통해 복수국적의 문호를 적극 개방해야 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 선천적 복수국적자 가운데 여성에 대한 차별도 눈에 띈다. 복수국적자가 학교입학·사회보장제도·참정권 등에서 부당한 혜택을 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아직 모호하다. 앞으로 철저한 보완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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