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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당찮은 연세대의 궤변 |
대학의 총장이나 재단 책임자들이 여기저기 다니며 돈을 끌어오기만 하면 유능한 인물로 간주되는 풍토가 대학가에 정착하고 있다. 그러나 학문 연구 지원을 위한 명목으로 외부 자금을 유치한다고 해도 돈의 출처와 성격을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이런 절차를 엄격히 거치지 않는다면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모리배들의 소굴과 다를 게 없는 곳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연세대는 1995년 12월 일본재단의 돈을 받아 75억원 규모의 ‘한-일 협력 연구기금’을 만들려다 논란이 일자 96년 6월 ‘아시아연구기금’으로 이름을 바꿔 설치했다. 일본재단은 태평양전쟁 종전 뒤 에이급 전범으로 3년 동안 수감됐던 사사카와 료이치가 경정(모터보트 경기) 사업의 방대한 수익금으로 만든 일본선박진흥회의 후신이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지도자 베니토 무솔리니와 회견까지 했던 사사카와는 78년 일본 정부의 훈장 수여자로 발표되자 다른 서훈자들이 훈장을 거부할 만큼 일본 안에서도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사람이다.
아시아연구기금 쪽은 사사카와가 죽은 마당에 일본재단을 전범과 연관시키는 것은 새로운 연좌제적 발상이며, 연구기금은 공식적으로 연세대와 관련이 없다는 변명을 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리에 맞지 않다. 연세대의 핵심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자금 출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형식상으로만 학교와 독립적인 형태로 발족시켰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시정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일제 때 군대위안부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었던 할머니들의 다수가 일본 정부가 출연해 만든 아시아여성기금의 ‘위로금’을 거부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연세대는 국민에게 사죄하고 아시아연구기금을 즉각 해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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