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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리 결론 내놓고 열리는 ‘세종시 민관합동위’ |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어제 첫 회의를 열었다. 세종시를 놓고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겠다는 게 위원회의 설립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세종시의 성격을 행정중심도시에서 기업중심도시로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위원회는 정부의 이런 방향 수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들러리 구실밖에 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민관합동위 첫 회의에서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과 갈등을 이성적인 대화와 토론으로 수렴하기 위한 장”이라고 말했다. 마치 모든 걸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정 총리의 속셈은 따로 있는 듯하다. 그는 세종시 논란을 “이념적 편견이나 정파적 이해에 따른 갈등” 정도로 치부하고, 세종시를 경제 허브와 과학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쪽으로는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해 나가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본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렇게 방향을 미리 정해 놓고 벌이는 형식적인 논의는 얼른 접는 게 낫다. 원안대로 세종시 건설을 추진하는 게 소모적인 논란을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다. 왜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하는지는 강용식 민간위원이 이날 제출한 ‘세종시 원안 추진 건의서’에 잘 요약돼 있다. 강 위원은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부처와 정부투자기관 등을 반드시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세종시의 자족 기능 부족과 행정 비효율 문제도 수많은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쳐 보완책이 나와 있다고 밝혔다. 지금 벌어지는 세종시 논란은 이처럼 이미 국민적 합의를 거친 세종시 건설을 다시 뒤집겠다고 나선 이명박 정부 탓이 크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 천명 뒤에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도 걱정이다. 정부는 기업을 세종시로 유치하기 위해 갖은 특혜를 주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의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로 이전할 계획이던 기업들이 세종시로 가야 하는 게 아닌지 눈치를 본다고 한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종합적으로 추진되던 지역발전 계획들이 통째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이 국가 백년대계는커녕 당장 눈앞의 혼란만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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