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1.18 22:50 수정 : 2009.11.18 22:50

국회가 지난 12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착수했으나 ‘4대강 장벽’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 원인은 정부의 엉터리 예산안 제출에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본예산 5조3000억원, 한국수자원공사(수공)의 사업비까지 합치면 8조5000억원의 막대한 돈을 쓰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세목조차 제출하지 않고 법정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1차로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낙동강·한강·금강·영산강 등 수계별로 사업비 총액만 적혀 있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이런 예산안을 가지고는 도저히 심의를 할 수 없다고 항의해 겨우 받아낸 2차 예산안도 수계별 사업비를 공구별로 나눠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개인이 조그만 집을 짓더라도 설계비·재료비·인건비 등이 자세하게 담긴 견적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9조원 가까운 돈을 쓰면서 이런 식의 예산안을 제출한 것을 보면, 국민을 무시하거나 스스로 무리한 사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4대강 사업의 조정과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고 하겠는가.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옆에서 보좌한 수도권의 한 의원은 상당한 수준의 예산 삭감이 필요하며, 여야 협상 과정에서 특정 강만 먼저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국포럼 출신으로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성운 의원도 4대강이 아니라 3대강, 2대강 사업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이들의 사업 축소 발언에는 호남지역 개발사업의 성격을 지닌 영산강을 제외할 수 있다며 민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친이 직계조차 단기간에 전국의 강을 공사판으로 만들어 국토를 황폐화시킨다는 비판 여론을 현장에서 몸으로 절실히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여당은 4대강 사업 졸속 밀어붙이기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복지예산을 조금 늘려주는 대신 야당의 협조를 얻어 4대강 예산을 처리하겠다는 안이한 발상은 버려야 한다. 지금 민심이 요구하는 것은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4대강 사업의 근본적인 재검토다. 마침 여야는 오늘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예산안 처리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부디 민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