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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19 21:55 수정 : 2009.11.19 21:5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한-미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다음달 8일 북한으로 보내 양자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으로 형성된 제재 국면을 본격 협상 국면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미 사이에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져, 북한이 하루빨리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길 기대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서울에서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사실을 발표한 것은 대화 노선에 소극적인 이명박 정부를 배려하면서도 대화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이란 용어를 한 번도 쓰지 않으면서 ‘두 나라 간 대북 접근 방식이 일치한다’고 말한 것도 우리 정부를 다독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으로선 대북 대화에 나서기로 한 이상 우리 정부와의 이견은 잠재우고 북한 쪽엔 일정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북-미 대화 시작은 이미 활발하게 전개되는 북-중 대화에 이어 북-일 대화와 6자회담 재개라는 연쇄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표가 이전 순방국인 일본·중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다음달에 북한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곧 한반도 관련 사안을 다루는 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상황인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선핵폐기론’에 갇혀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다. 과거 김영삼 정권 때처럼 북-미, 북-일 대화 등을 어깨너머로 쳐다보며 발만 구르게 될 가능성마저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는 한반도 문제 논의에 우리가 끼어들 여지가 협소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방향 전환을 꾀해야 한다. 그랜드 바겐이라는 용어에 대한 집착도 버리는 것이 옳다. 대화 국면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의 공식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실질적 내용은 없이 관련국 사이의 논의만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공을 들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기 비준은 오히려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꼴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이 우려하는 부분은 엄청난 무역 불균형”이라며 자동차 시장 개방 문제를 내비치자, 이 대통령은 “자동차 문제가 있다면 다시 이야기를 할 자세가 돼 있다”고 했다. 사실상 자동차 문제를 재협상하겠다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지난번 국회에서 왜 그렇게 비준안을 통과시키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북한 핵 문제든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든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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