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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20 19:15 수정 : 2009.11.20 19:15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가 절정에 이르렀다. <한국방송> 이사회가 그제 이명박 대통령 선거참모 출신인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을 이 방송사 새 사장으로 임명제청한 데 이어 이 대통령은 곧 그에게 임명장을 줄 예정이다. 이명박 정권이 지난해 정연주 사장을 불법적으로 몰아내면서 시작한 ‘한국방송의 정권방송화’ 작업의 완성이 눈앞까지 왔고, 김 회장으로선 지난해 여론을 의식해 포기했던 자리를 드디어 차지하게 됐다.

이 정권의 이런 시도는 국민의 폭넓은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당장 한국방송 노조는 “정권의 하수인 김인규가 청정지대 케이비에스에 단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언론노조와 피디연합회 등도 노조의 투쟁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정부의 방송 장악 기도를 한목소리로 공격했다. 시민단체들과 많은 국민도 분노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특보 출신 구본홍씨의 사장 임명에서 비롯한 ‘와이티엔 사태’의 확대판이다.

김씨의 사장 임명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너무나 정당하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방송 전략을 이끈 인물이다. 언론인 생활을 청산하고 정권 창출을 도왔던 이가 사장으로 돌아오겠다는 건, 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지 않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그는 청와대 행정관이 기업들 손을 비틀어 돈을 모아주려 했던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이다.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다.

그가 사장으로 임명제청되기까지의 과정도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사장추천위원회는 정권 쪽의 입김을 막을 장치도 없는 가운데 모양 갖추기에만 급급했다. 이사회도 다를 게 없었다. 심지어 이사회는 공개검증 절차조차 없이 야당 추천 이사들의 기권 속에 표결로 김씨를 뽑았다. 공영방송에 걸맞은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인물을 뽑으려는 의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는 정연주 사장 불법해임과 비교해 이번에는 심각한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청와대 쪽이 ‘한국방송 이사회의 결정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런 움직임의 하나다. 하지만 김씨로 결정되기까지 정권 핵심부의 뜻이 일관되게 관철됐음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김씨가 한국방송 사장에 취임한다면 이미 땅에 떨어진 이 방송의 신뢰는 더욱 추락해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국민의 외면을 받는 방송’이 될 것이다. 이는 단지 정권이나 김씨 개인이 타격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방송의 생명마저 끊는 일이다. 이런 불행한 일을 막는 길은 김씨 사장 만들기를 그만두는 것뿐이다. 김씨는 자진 사퇴하고 이명박 정권은 방송 장악 기도를 포기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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