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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기자본에 대우건설 넘기는 일 없어야 |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사모펀드 자베즈 파트너스와 티아르아메리카 컨소시엄 두 곳이 선정됐다.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매각이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되사주기로 한 풋백옵션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던 금호가 매각 상대를 찾았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룹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매각을 매듭짓기 바란다.
다만 대우건설을 매각할 때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먼저 인수 대상자가 대우건설을 건실하게 키울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몇몇 사모펀드들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 증대보다는 단기차익만 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멀쩡한 기업을 토막 내서 비싼 값에 팔아치우거나 기업 발전에 꼭 필요한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해 가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쌍용자동차도 그렇다. 경영권을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기업을 발전시키기보다는 기술을 빼가는 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 경영은 갈수록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 사정이 어려운 곳은 대우건설이 아니라 금호그룹이다. 대우건설은 매물로 나와 있을 뿐 기업의 안정성과 수익성이 모두 양호한 상태다. 따라서 매각 과정에서 멀쩡한 대우건설이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금호에만 매각을 맡겨둬서는 안 된다. 채권단이 나서서 건실한 투자자가 선정되도록 해야 한다.
대우건설이 재매각되게 된 것은 애초 금호로 매각한 것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인수 당시부터 자금력에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채권단은 이를 무시하고 금호를 인수자로 선정했다. 정부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는 당시 금호가 출자총액제한제도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우건설 인수를 지원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재벌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외환위기 이후에 그렇게 호되게 비판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한 꼴이다.
중요한 것은 인수자가 대우건설을 건실하게 경영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여부다. 과거 대우건설 1차 매각이나 쌍용차 매각 등이 잘못된 것은 그런 기준을 엄밀하게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나 자금력이 부족한 무자격자에게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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