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시민이 선도하는 한·중·일 공동체와 정부 책임 |
한국의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를 비롯한 한·중·일 시민단체가 해마다 세 나라를 돌아가며 여는 ‘역사인식과 동아시아의 평화 포럼’이 그제까지 사흘 동안 도쿄에서 열렸다. 2002년 일본에서 극우성향 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역사 왜곡 교과서가 출현한 것을 계기로, 중국 난징에서 첫 회의를 한 뒤 벌써 8회째다. 2005년에는 이 포럼에 참가하는 연구자·교사들이 3국 공동 역사편찬위원회를 꾸려 <미래를 여는 역사>라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책을 펴낸 바 있다. 시민 차원에서 평화와 화해의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을 선도해온 셈이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동아시아사의 가능성과 평화를 만드는 힘’이었다. 연구자, 교사, 시민운동 활동가 등 발표자들은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자국중심주의 역사 인식과 서술, 교육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 나라가 지금처럼 경제제일주의, 물질만능주의, 부국강병책을 고수하고 이를 역사인식에 반영하는 한 동아시아의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아가 세 나라가 전쟁과 식민지 지배로 얼룩진 과거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에 나서는 것이 미래를 여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포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역사인식에서 진전된 태도를 보인 일본 민주당 정권의 등장이었다. 한·중·일 공동 역사인식에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일본이 태도를 크게 바꾸고 있는 데 대한 기대감의 반영이다. 자민당 정권 땐 역사 왜곡 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시켜주는 바람에 채택 반대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과거를 직시할 용기가 있다’고 밝힌 하토야마 정권에서는 검정 단계에서 역사 왜곡 교과서가 탄생하지 못하도록 봉쇄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오는 2011년 봄 중학교용 교과서 검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애국심을 강조한 신교육기본법에 따른 첫 검정이어서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이전보다 더 큰 분란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시민단체의 노력에만 맡기지 말고, 지금부터 하토야마 정권의 역사인식에 대한 신사고를 적극 활용해 왜곡된 역사교과서가 아예 나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해온 시민단체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