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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받는 나라의 심정 헤아리는 원조국으로 |
우리나라가 어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심사 특별회의에서 24번째 가입국으로 승인됐다. 오이시디 22개국 회원국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 구성된 디에이시는 지구촌 원조의 90%를 담당하며, 질 높은 국제 개발협력 및 원조체제를 주도하는 조직이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디에이시 회원국이 된 사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또 비서구 가입국으로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다. 자랑스런 일이다.
우리나라는 1940년대 후반부터 반세기에 걸쳐 모두 127억달러(지금 화폐가치로 환산해 약 600억달러)의 원조를 받았다. 그동안 경제규모는 400배 커졌고 1인당 국민소득은 250배 늘었다. 반면, 90년대 이후 대외원조 총액은 60억달러 정도다. 받은 원조액과 준 원조액을 단순 비교만 해도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갚아야 할 게 많은 나라임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디에이시 가입을 계기로 원조액을 올해 국민순소득 대비 0.1%(약 9억달러) 수준에서 2015년까지 0.25%로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국제 위상에 맞는 원조액 증가는 당연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원조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행태는 원조를 하면서 우리 기업과 우리 상품에만 쓰도록 수혜국에 강제하는 것이다. 이를 구속성이라고 하는데, 선진국은 10% 정도에 불과한 데 비해 우리는 75%나 된다. 정부는 이를 2015년까지 25%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하지만, 너무 소극적이다. 원조 액수를 단시간에 많이 늘리기는 힘들다고 하더라도 구속성 비율을 내리는 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과거 일본 등의 원조 경험을 봐도, 원조와 경제·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연계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를 줬음을 알 수 있다.
전체의 30% 정도 되는 유상원조 비율도 선진국 수준인 10%대로 낮춰야 한다. 아울러 이 기회에 외교통상부의 무상원조와 기획재정부의 유상원조로 분산돼 있는 원조체제를 통합해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원조가 자선이나 사업이 아니라 국제적인 빈부격차를 줄임으로써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평화활동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원조의 모범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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