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1.26 23:03
수정 : 2009.11.26 23:03
사설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내놓은 외국어고 개편 시안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사교육의 진원지이자 우리 중등교육 왜곡의 주범으로 자리잡은 외고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외고의 기득권을 유지·강화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교과부의 의뢰로 시안을 만든 특목고 제도개선팀은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외고를 존속시키되 다른 유형의 학교로 전환을 허용하는 안과 외고를 다른 유형의 학교로 전환하도록 하되 외국어특성화과정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그러나 두 방안 어디서도 개편의 목적인 사교육 경감 가능성은 찾아볼 수 없다. 두 안 모두 기존의 외고가 자체 선발권을 유지해 이른바 우수학생을 계속 독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1안의 경우 외고로 존속하거나 국제고로 전환하면 그만이고, 2안의 경우엔 국제고로 전환하면 그만이다. 다른 유형의 학교로 전환도 허용한다지만, 외고로선 굳이 선발권을 제한받는 다른 유형으로 바꿀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
외고나 국제고에 대해 대책팀이 제안한 사교육 경감 방안이라곤 고작 학과별 선발이나 입학사정관제 도입이다. 각 대학이 실시한다는 입학사정관제가 벌써부터 새로운 사교육 수요를 창출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점에서 너무 안이한 발상이다. 외고 폐지를 주장했던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교과부 시안을 외고 기득권을 인정한 미봉책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외고의 기득권을 전제하고 짜맞추다 보니 개선팀은 자기모순에 빠졌다. ‘어학영재’에 대한 어떤 정의나 준거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외고의 존재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외고의 존속 또는 국제고 전환을 제안한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놓는 연구팀이나 이것을 정책대안이라고 발표하는 교과부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교과부가 정말 사교육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처지를 헤아린다면 이렇게 외고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 외고의 개선 방향은 명확하다. 근거조차 없는 ‘어학영재를 위한 특목고’란 개념을 포기하고, 각 학교의 처지에 맞는 학교로 전환하되 선발은 추첨 방식으로 하면 된다. 단, 특별한 학생들을 선발 대상으로 하는 국제고는 전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교과부는 근본적인 개선책을 담은 개선안을 내놓길 기대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