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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조와 타협하지 말라고 정부가 강요하다니 |
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회사 쪽의 강경 대응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그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보장받은 공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적당히 타협하고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강경 일변도 노동정책을 더욱 재촉한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공기업 노조는 파업하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이런 논리가 부분적으로나마 설득력 있는 경우는, 노조가 과도한 임금 인상이나 복지 혜택을 요구할 때뿐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노조의 자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정부나 경영진이 ‘고통 나누기’ 의지를 보이는 게 전제가 돼야 한다. 쟁점이 일자리 나누기나 안전 대책, 기타 노사문제라면,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받느냐 아니냐와는 무관하다. 특히 노조의 제안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면,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번 경우를 보면, 직접적인 파업 이유는 회사 쪽의 일방적인 단협 해지 통보다. 노조의 불만은 회사가 성실한 교섭에 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는 열차 안전과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해서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고 하지만, 협상 결렬이 단협 해지 통보의 빌미가 될 수는 없다.
철도노조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 때문에 회사 쪽이 최근 유독 강경하게 나온다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공기업도 효율을 무시할 수 없지만 공공성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효율만 추구하다가 안전이 무너지면서 실패한 영국 철도 민영화의 사례를 잊어선 안 된다. 물론 당장 시급한 일은 경영진이 교섭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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