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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경근씨는 선관위원으로 부적절하다 |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모레 열린다. 앞서 청와대는 그의 내정 사실을 밝히면서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엄정한 업무처리를 도모하고자 발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지금껏 해온 말과 행동을 보면 그런 평가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강 후보자는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현실 정치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왔다. 2007년 대통령선거 때는 ‘좌파정권 심판, 정권교체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발족한 ‘나라선진화·공작정치분쇄 국민연합’에서 부의장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싱크탱크 구실을 하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감사이며, 바른사회시민회의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여러 보수성향 단체의 간부로도 활동해왔다. 이런 활동의 상당수는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을 편드는 것이었다. 이런 이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의 말과 글도 과격하다. 그는 한 토론회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조작사건 등으로 피해를 입은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폄하하고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극력 반대했다. 올 1월 용산참사 직후에는 진압 경찰 대신 철거민 단체를 엄하게 처벌할 것을 주장했다. 지난 6월엔 여러 대학에서 잇따랐던 교수 시국선언에 반대하면서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했고, 지난해 촛불집회 때도 ‘엄정한 대처’를 요구했다.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쏠린 주장들이다. 그는 극우성향 인사들이 모여 만든 친북인명사전 편찬 집행위원단에도 참여하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맡는 국가기구다. 선거관리위원회법이 선관위원의 해임 사유로 ‘정치 관여’를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처럼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된 행동과 발언을 해온 이가 선관위원이 되면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은 심각한 의심을 받게 된다. 이는 선거로 정당성을 형성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인선을 되돌려야 한다. 이들은 얼마 전 선관위 노조의 정치적 중립을 걱정했는데, 선관위원에게는 그보다 훨씬 엄한 기준을 적용해야 마땅하다. 선관위원 자리가 정치적 논공행상의 대상일 수도 없다. 민주당도 지난번 이한구 선관위원 때처럼 공정성 시비를 건너뛰는 것은 물론 위증까지 눈감는 ‘날림 청문회’ 대신 엄하게 강 후보자의 자격을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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