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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과 원칙을 어기는 것은 정부다 |
공공부문 노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어제 철도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은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정부는 담화문을 내어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이런 총공세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적당히 타협하고 가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을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각 부처는 일사불란하게 강경 모드로 전환했다. 그동안 철도노조 파업의 불법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검찰이 갑자기 불법 파업이라고 정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법과 원칙을 어기고 있는 쪽은 오히려 사쪽인 철도공사와 정부다. 정부는 철도노조 파업이 불법인 이유에 대해 “근로조건 개선 요구가 아니라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이다. 파업의 직접적인 이유는 회사 쪽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허술한 설명보다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법률가 단체들이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조목조목 제시한 합법의 이유가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목적(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약 체결)이나 절차(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와 조합원 찬반투표), 방법(쟁의행위시 필수유지 업무 인원 운영 및 평화적인 파업) 등 모든 면에서 적법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입만 열면 법치를 강조하면서도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고 있다.
공공부문이 이렇게 첨예한 노사갈등을 빚게 된 근본적 원인제공자도 다름 아닌 정부다. 정부가 추진중인 제2기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은 이른바 ‘노사관계의 선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내용은 정원 감축이나 임금제 개편 등 노동자의 근로조건 변경뿐 아니라 자율적 노사관계를 파괴하는 사항도 많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사 합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당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협박마저 서슴지 않는다. 철도공사와 한국노동연구원, 5개 발전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단체협약이 줄줄이 해지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부가 노조 설립 신고를 앞둔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의 고삐를 더욱 죄는 것도 이번 기회에 공무원노조를 완전히 무력화시켜 정부 방침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발상에서다.
정부의 이런 우격다짐 방식으로는 결코 노사 선진화나 산업현장의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노동계의 반발을 키워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불편을 빌미로 철도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을 기득권 수호용 불법 파업으로 매도하는 기만행위를 중단하기 바란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대화와 순리로써 갈등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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