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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02 22:00 수정 : 2009.12.02 22:00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비난 발언을 토해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어제 철도공사를 방문해 “우리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보장받고도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처”를 지시했다. 지난달 28일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한 발언과 거의 비슷한 말의 되풀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그의 왜곡된 노사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모든 파업은 무조건 불법이고 악이라는 인식이 뇌리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듯하다. 파업 노동자들은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가차없이 응징하고 처벌해야 할 대상일 따름이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이 목적과 절차, 방법 등 모든 면에서 법이 정한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은 그의 안중에는 없는 듯하다.

이 대통령의 왜곡된 노사관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란을 빚어왔다. 1980년대 노동쟁의가 빈번했던 현대그룹 경영자 출신 탓인지는 몰라도 노동운동에 대한 강한 적대감이 체질적으로 굳어 있다.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3년에는 지하철노조의 파업에 소방관을 대체투입하며 “지하철 기관사가 얼마나 쉬운 자리인지 드러날까봐 파업도 못 할 것”이라고 말해 ‘노조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는 “서울시 오케스트라가 금속노조에 가입한 것은 바이올린 줄이 금속이라서 그랬나 보다”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왜곡된 노사관이 끼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공기업이나 공무원들의 속성상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그대로 금과옥조가 돼버린다. 대통령이 파업에 대한 ‘엄정 대처’를 지시해 버리면 그것으로 대화는 단절된다. 인내와 끈기, 양보와 타협 등의 말은 설 자리를 잃는다. 당장 철도공사만 해도 어떻게 감히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대통령의 이런 노사관은 단지 파업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가적 차원의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노동정책마저 실종된다. 노동정책은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이 주도하는 공안정치의 하위 범주에 머물 뿐이다. 현 정부 들어 제대로 된 노동정책은 보이지 않고 노동현장에 대한 압수수색, 체포, 경찰력 투입, 강제해산 등의 단어만이 난무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 대통령에게 간곡히 권고한다. 노동운동에 대한 선입관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노사문제를 차근히 들여다보길 권한다. 그래야만 이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노사관계의 선진화도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이에 앞서 최소한 대통령이 앞장서서 파업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발언만이라도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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