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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대 포장된 안으로 국민 판단 흐리려 해서야 |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인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경제효과가 애초 추정치보다 크게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경제효과로 2029년까지 20년 동안 생산 236조원, 고용 212만명을 유발한다고 추산했지만 불과 몇달 전에는 경제효과를 2025년까지 생산 32조원, 고용 38만명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두 보고서는 모두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것이다. 예를 들어 2015년까지 3조5000억원을 투자해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을 건립한다는 것 등 대부분이 동일하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조성단계(2009~2015년)에 생산 7조원과 고용 7만7000명을 유발하고, 성장단계(2016~2025년)에 생산 25조원과 고용 30만7000명을 유발한다고 추정했다.
기간의 차이가 다소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정부의 과학비즈니스벨트 안은 경제효과를 5~6배 부풀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종시뿐 아니라 인근 대덕·오송·오창 등의 생산 및 고용 효과를 모두 합쳐서 효과를 부풀린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어제 발표된 초광역권 4대 벨트 기본구상도 마찬가지다. 산업·물류·관광 허브 남해안벨트, 에너지·관광 동해안벨트, 국제비즈니스·신산업 서해안벨트, 평화·생태 중심 남북교류접경벨트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였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고 기존에 하고 있던 것들을 각색해 재포장한 데 불과하다. 눈길을 끄는 선심성 사업이나 비현실적인 희망사항으로 가득 차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다른 지역 발전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급하게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부터 근거 없는 장밋빛 공약으로 국민에게 여러 차례 실망과 좌절을 안겨줬다. 몇 번이나 말을 바꾸다가 사실상 폐기한 747공약이 그렇고, 과대 포장된 4대강 사업 효과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근거 없이 기대치를 부풀리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안보다 훨씬 좋은 세종시 수정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경제효과는 분명히 부풀려져 있다. 나중에 어떻게 되든 일단 그럴듯하게 발표해놓고 보자는 생각이라면 절대 안 될 일이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세종시는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문제다.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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