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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현주소 보여준 ‘해상대치’ |
한국 장어잡이 어선 신풍호를 사이에 두고 한국과 일본의 경비정·순시선 10여 척이 서른 시간 이상 동해에서 대치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지금 한-일 관계가 얼마나 ‘휘발성’이 강한 상태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해 씁쓰름하다.
이번 일이 비교적 원만하게 해결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쪽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대치 상황이 있었으므로 신풍호에 대한 관할권 역시 우리가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신풍호가 일본 순시선의 검문에 불응하고 요원 2명까지 태운 채 도주한 것은 잘못이지만, 선장의 말을 들어보면 이해가 가는 면도 없지 않다. 최근 일본 순시선의 감시 활동이 강화되면서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만으로 나포돼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이번과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많다고 말한다.
이번 일이 장시간의 해상 대치까지 갈 사안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두 나라 사이의 신뢰가 탄탄하거나 조업감시 협력체제가 잘 구축돼 있다면 초기에 마무리됐을 것이다.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이 바다까지도 갈라놓은 것 같아 안타깝다. 작은 다툼을 바로 해결하지 못해 국가 차원의 갈등으로 번지는 일이 없도록 양쪽 당국이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우리 어민들이 제기하는 배타적 경제수역 설정·관리 문제점과 조업 위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아도 과거사와 역사왜곡 교과서, 일본 고위인사의 연이은 망언 등으로 한-일 관계가 불편한 때다. 이런 사안들은 일본 쪽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해결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와 무관한 다른 문제에서까지 양쪽이 충돌을 빚을 이유는 없다. 두 나라는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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