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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조와의 전쟁’ 당장 중단하라 |
철도노조가 파업을 중단한 이후 정부와 여당이 토끼몰이식 노조탄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수사를 서두르고 있다. 노동부는 어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대해 노조설립신고서의 보완을 요구했다. 노조설립 신고제의 취지를 무시하고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하겠다는 태도다. 이뿐 아니다.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노조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공공기관이 줄을 잇고 있다. 노조를 ‘척결 대상’으로 여기던 군사정권 때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자 정부·여당은 마치 전쟁의 승리자라도 된 듯한 모습을 보인다. 환호작약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가관이다. 어제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철도노조가 백기투항했다느니, 민형사상 책임을 단호히 물어야 한다느니, 공기업 선진화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참에 철도노조는 물론이고 노동계 전반을 완전히 무릎꿇게 만들겠다는 기세다.
정부의 태도도 별로 다를 게 없다. 노동부는 어제 전국공무원노조 쪽에, 오는 24일까지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규약을 제정한 뒤 조합원 총회를 거치라”고 요구했다. 앞으로 20일 안에 10만명이 넘는 조합원을 모아 총회를 개최하지 않으면 설립신고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노조 규약의 ‘정치적 지위 향상’ ‘민주사회’ ‘통일’ 등의 문구까지 문제삼는 등 검열이나 다름없는 행태를 보였다. 신고제 취지를 모를 리 없는 노동부가 노조에 대한 심사기관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단체협약 해지는 이 정권의 신종 노조탄압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건설기술연구원이 그제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10곳 이상의 공공기관이 같은 조처를 취했다. 이런 단협 해지 통보는 결국 노사 합의사항 무효화로 이어지고, 이에 반발해 노조가 파업을 하면 불법으로 규정해 탄압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비열하고도 교묘한 노조탄압 작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정황을 보면, 정부는 지금 사실상 ‘노조와의 전쟁’에 돌입해 있다. 겉으로는 선진적인 노사관계 확립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노조를 해체하거나 무력화시킬 궁리만 하는 것이다. 당장은 노동계가 정부의 전면적인 공세에 밀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될 리 만무다. 노동계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고 느끼면 ‘죽기 아니면 살기’식 저항에 나서게 될 것이다. 이런 극한 대립에서는 승자가 있을 수 없다. 노동계도 타격을 보겠지만, 경제 전반에도 주름살이 질 것이고 이는 결국 온나라의 피해로 이어진다. 정부 역시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더러운 전쟁’을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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