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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쟁체제 도입, 철도공사 해법 아니다 |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어제 철도공사 개혁을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출에서 인건비 지출이 과다해 이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처럼 철도공사를 몇 개 회사로 나눠 경쟁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들린다. 하지만 경쟁이 곧 효율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그보다는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철도공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5500억원의 적자를 냈고 부채 규모가 8조2000억원에 이른다. 중요한 것은 그 원인에 상응하는 해법이다. 철도공사 부채의 70~80%는 고속철도 건설과 운영 적자로 쌓인 것이다. 정부 예산으로 수행해야 할 국책사업의 비용을 그대로 떠안았다고 할 수 있다. 수익성 예측도 빗나가 갈수록 적자가 쌓이고 있다. 철도공사 경영 부실의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따라서 고속철 부채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경영혁신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일본·독일 등 선진국들은 고속철 건립 비용을 대부분 정부가 부담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경영 부실의 책임을 과다한 인력이나 노동조합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장기적으로 인력 효율화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속철 부채 해결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전에 이뤄진 공기업 민영화나 경쟁체제 도입의 실패 사례도 잘 살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민영화를 전제로 한 한전의 발전 자회사 분할이다. 이는 이미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최근에는 오히려 분할된 5개 자회사를 다시 통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달말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발전 자회사들을 통합하면 연간 1조2000여억원의 경제적 편익이 예상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연료 구매를 위한 협상력이 높아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도 초기에는 철도 민영화가 좋은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요금은 오르고 서비스는 악화하는데다 대형 사고까지 잇따라 원래 체제로 복귀하는 중이다. 가스·전기·수도 등 공공성이 강한 부문은 대부분 마찬가지다. 지구촌 어느 나라를 봐도 성급한 민영화나 경쟁체제 도입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철도공사 개혁은 정책 실패로 야기된 과다한 부채 해결과 내부 경영혁신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경쟁을 하면 경영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논리로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특히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가 정말로 철도공사의 경영혁신을 원한다면 철도에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는 낙하산 경영자부터 먼저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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